70억짜리 국가 보물 '겸재 정선 화첩' 경매
간송미술관의 '보물 불상'의 유찰로 주목을 받았던 케이옥션이 7월 15일 오후 4시 서울 강남구 신사동 본사에서 열리는 7월 경매에 국가지정 문화재 보물 제 1796호 '정선필 해악팔경 및 송유팔현도 화첩'을 경매에 나온다.
추정가는 최저 50억원에서 70억원 사이다. 이 화첩은 그간 우학문화재단이 소유해 왔으며 용인대가 관리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겸재 정선은 조선 후기에 활약한 대표적인 화가로 진경산수화를 비롯한 여러 화목에서 화가적 재능을 보여주며 자신만의 독창적인 작품세계를 펼쳤다.
조선 후기는 괄목할만한 문예부흥기로 회화 분야에서도 눈부신 성과를 이룩했다. 겸재 정선은 그러한 시대의 화단을 이끈 한 사람으로서 한국 회화사에 뚜렷한 자취를 남기며 오늘날까지도 당대 최고의 화가로 평가받고 있다.
이번에 출품된 작품은 금강산과 그 주변 동해안 명소를 그린 진경산수화 8점과 중국 송나라 유학자들의 일화와 글을 소재로 그린 고사인물화 8점 등 총 16점이 수록돼 있다.
이를 통해 다방면에서 회화사적 성취를 이룬 겸재의 명성을 확인할 수 있다. 또 이처럼 서로 다른 주제의 작품을 한 화첩으로 모아 놓은 것은 극히 드문 형태로 특히 서로 같은 점수로 구성하여 균형을 맞춘 것도 보기 힘든 예라는 것을 인정받아 2013년 2월 보물로 지정됐다.
화첩의 표지에는 '겸재화(謙齋畵)'라는 표제가 묵서되어 있어 보물 제정 이전에는 '겸재화'라 통칭되기도 했다.
화첩이 만들어진 시기와 제작시기를 확실히 알 수 있는 제발은 없으나 각 폭마다 사용된 인장과 화풍을 통해 추정할 수 있다.
각 그림에는 제목, '겸재'라는 서명과 함께 '정(鄭)', '선(敾)'을 각각 새긴 두 개의 백문방인이 찍혀 있는데, 이는 겸재의 나이가 66세였던 1741년부터 70대 후반경까지 사용된 것으로 미루어 볼 때 정선 노년기에 제작된 것임을 알 수 있다.
수묵으로 그린 진경산수화 8점은 '단발령', '비로봉', '혈망봉', '구룡연', '옹천', '고성 문암', '총석정', '해금강' 순서로 구성돼 있고, 특히 주목되는 점은 보물 제1949호인 겸재의 1747년작 '해악전신첩'에는 없는 특정 경관 5폭, '비로봉', '혈망봉', '구룡연', '옹천', '해금강'이 추가돼 있어 겸재의 더욱 다양한 진경산수의 진수를 확인할 수 있다.
동시기에 활동했던 화가들이 성현을 종사와 존경의 대상으로서 강조했다면, 겸재의 고사인물화는 성현들의 이야기를 감상의 대상으로 향유했다. 때문에 작품의 인물을 작게 묘사하고 산수 배경과의 조화를 강조한 '산수인물'의 형식을 취하고 있다.
동시에 고사인물의 자세를 정확하게 묘사하고, 구체적인 동작이나 의복에 색채를 사용하여 작품의 본질을 잃지 않게 했는데 '정선필 해악팔경 및 송유팔현도 화첩'의 송유팔현도도 이 같은 양식을 취하고 있다.
고사인물화는 다른 고사인물화첩과는 달리 송대라는 시기를 한정하고 그 시대의 인물로만 묶은 것이 특이할 만한 점이다. '염계상련(濂溪賞蓮)', '방화수류(傍花隨柳)', '부강풍도(江風濤)', '화외소거(花外小車)', '횡거영초(橫渠詠蕉)', '온공낙원(溫公樂園)', '무이도가(武夷棹歌)', '자헌잠농(軒蠶農)'으로 각 폭마다 화제를 밝히고 있다.
케이옥션은 "정선필 해악팔경 및 송유팔현도 화첩은 정선의 폭넓은 회화 세계를 한눈에 확인할 수 있는 작품이자 조선 후기 산수화와 인물화의 제작 경향을 확인할 수 있는 회화사적 사료로서 매우 가치 있는 유물"이라고 평했다.
한편 케이옥션은 그동안 '월인석보' 등 5점의 보물과 혼천의 등 서울시 유형문화재 1점을 경매해 5점을 낙찰시킨 바 있다.
이 가운데 2012년 9월 경매에 나왔던 보물 제 585호 '퇴우이선생진적첩'은 34억원에 낙찰돼 고미술품 경매 최고가 기록을 경신한 이력을 보유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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