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공의 1만명 파업 이유
정부의 의과대학 정원 확대 정책에 강력히 반발하는 인턴·레지던트 등 전공의들이 예정대로 7일 오전 7시부터 24시간 집단 휴진에 나섭니다.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이 전날 오전 대국민 담화문을 발표한 데 이어 오후에는 김강립 차관이 직접 대한전공의협의회(대전협) 임원진을 따로 만나 집단휴진 계획 재고를 요청했지만, 양측 간 이견은 좁혀지지 않았습니다.
정부는 전공의를 포함해 의료계와 계속 대화하며 갈등을 해결하겠다는 계획이지만 현재로서는 입장차가 워낙 커 접점 모색이 쉽지 않은 상황입니다. 더욱이 개원의 위주의 대한의사협회(의협)도 오는 14일 총파업을 예고한 상태여서 자칫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속에서 진료 차질과 의료 공백이 발생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습니다.
정부는 의료공백으로 국민의 건강과 안전이 위협받는 일이 없도록 대비를 철저히 하는 한편 국민에게 피해가 발생할 경우 엄정하게 대응하겠다는 방침입니다.
정부는 앞서 지난달 23일 2022학년도부터 의대 입학정원을 늘려 10년간 4천명의 의사를 추가로 양성하고, 이 가운데 3천명은 '지역의사 특별전형'을 통해 선발해 10년간 특정 지역에서 의무복무하는 지역의사로 육성하는 방안을 확정했습니다. 나머지 1천명 중 500명은 역학조사관·중증외상·소아외과 등 특수 분야 인력으로, 다른 500명은 기초과학 및 제약·바이오 분야 연구인력으로 충원한다는 계획입니다.
정부는 "우리나라의 의사 부족 문제는 점점 심화하고 있으며, 미래를 위해 이제 문제를 더 방치할 수 없는 수준에 도달했다"며 연일 의대정원 확충의 불가피성을 역설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 의사 수는 13만명 수준이지만 현재 활동하는 의사 수는 10만명 정도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16만명과 단순비교해도 절대적으로 부족하다는 게 복지부의 설명입니다.
또 지역별로 서울은 인구 1천명당 의사 수가 3.1명인데 비해 경북은 1.4명, 충남은 1.5명 등에 불과해 지역 편차가 매우 클 뿐만 아니라 전문의 10만명 가운데 감염내과 전문의는 277명, 소아외과 전문의는 50명도 되지 않을 정도로 필수 진료과목의 인력 부족 현상도 심각하다고 복지부는 지적합니다.
이런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의대 정원을 확대하려는 것이며, 특히 이번 대책은 부족한 지역의사 인력을 확충함으로써 수도권과 지역 간의 의료 서비스 격차를 줄이는 데 초점을 맞춘 것이라고 강조합니다.
박 장관은 전날 발표한 담화문에서 "의대 정원 확충은 국민과 국가를 위해 불가피한 결정"이라면서 "의대 정원 확충의 핵심은 지역의료 격차를 해소하고 자생적으로 늘기 어려운 감염병 등 특수분야 의사와 의과학자를 확충하는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의료계는 현재 인구 감소율과 의사 증가율을 고려하면 의사 수는 충분하다고 반박하면서 의대정원 증원 계획의 철회를 요구하고 있습니다.
의료계에선 특히 10년간 의무복무를 해야 하는 지역의사제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높습니다. 지역의사제가 오히려 의대생의 진로 탐색과 수련 과정을 가로막는 정책이라고 지적합니다. 의협은 지난 4일 보도자료를 통해 "근무 지역과 전공과목을 제한하고, 이를 지키지 않으면 면허를 박탈·취소하겠다는 것은 개인의 직업 선택의 자유를 침해하고 평등의 원칙을 어기는 것"이라고 비판했습니다.
이들은 또 "이번 정책에는 의사들이 지방으로 내려가지 않는 이유와 필수의료 분야의 인력이 부족한 원인에 대한 근본적인 해답이 빠져있다"면서 "정부는 쉬운 길을 택했고 10∼20년 뒤 이 실패한 정책의 영향을 고스란히 몸으로 감당하게 되는 것은 오직 당사자인 의사와 환자들"이라고 말했습니다.
대전협 역시 전날 페이스북 입장문을 통해 "불과 2년 전 정원 50명의 서남대 의대도 제대로 관리·감독하지 못해 폐교시켜 의대생의 교육권을 앗아간 나라(정부)가 의학 교육 내실화 대책 없이 포퓰리즘적 정책을 내놓은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이들은 또 "한 명의 의사를 키우는데 약 2∼3억원의 비용이 들기 때문에 현재 정부가 추진 중인 의사 증원을 위해서는 1조원 이상의 세금을 들여야 한다"면서 "이는 의료(구조)를 더 왜곡시키고 건강보험 재정을 고갈시키는 자승자박의 정책"이라고 말했습니다.
의료계 입장에 더해 시민단체도 정부의 계획에 비판적 입장을 취하고 있습니다.
기존 의대에서 같은 교육을 하면서 선발 방식만 이원화하는 것은 구조적으로 문제가 있다는 것 입니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은 최근 기자회견에서 "지역의사 특별전형은 기존 의대 일반과정과 지역의사과정 학생 간에 우열의식을 만들어 사명감과 자부심 있는 지역의사를 양성하기 어렵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경실련은 "지역 보건의료에 헌신하는 책임 있는 의사를 양성하기 위해서는 독립된 교육과정을 마련해야 한다"면서 대안으로 권역별 공공의대 설치를 제안했습니다. 중앙정부나 지방자치단체가 정원 100∼150명 규모의 공공의대를 별도로 신설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정부와 여당의 의대 정원 확대 결정에 반발하는 의사들이 오는 7일과 14일 총파업을 예고하면서, 이에 따른 진료 공백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습니다. 병원 측은 파업은 예정대로 진행하면서도 진료 공백은 없도록 하겠다는 입장이지만, 환자나 진료를 앞둔 사람들은 혹여 제 때 의료서비스를 받지 못하게 될까 걱정하는 분위기 입니다.
앞서 정부와 여당은 지난달 23일 ‘의대 정원 확대 및 공공의대 설립 추진 방안’을 발표했다. 정부는 지역 의료 인원 확충을 위해 오는 2022년부터 10년간 의대 정원을 총 4000명 늘리고 공공의대 신설을 적극 검토할 방침입니다.
이에 의료진들은 정부의 의료정책은 의료 왜곡을 가중시키고 의료 질을 떨어뜨릴 뿐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수 없다며 파업에 나설 방침입니다. 오는 7일 대한전공의협의회(대전협)이 가장 먼저 휴업에 나서고 14일에는 대한의사협회(의협)이 총파업에 돌입합니다.
특히 수련병원 전공의들로 구성된 대전협은 응급실, 중환자실, 수술실, 분만실, 투석실 등 필수진료 분야까지 업무를 중단할 예정이다. 이번 파업이 예정대로 진행된다면 지난 2000년 ‘의약 분업 사태’ 이후 20년 만의 총파업 입니다.
많은 시민들은 의료진들의 뜻에 공감하지만, 진료에 공백이 생겨서는 안된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습니다.
일부 시민단체들은 의사 총파업에 대해 ‘제 밥그릇 챙기기’라며 비판의 목소리를 내기도 했습니다. 경제실천시민연합(경실련)은 전날 성명을 내고 "의료계가 자신들의 이익을 챙기기 위해 또다시 국민의 건강과 생명권을 볼모로 파업에 나서려고 한다"며 "보건복지부 장관은 진료 명령 개시와 위반 시 법적 조치와 행정처분을 통해 강력하게 대처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병원들은 의사 파업에 따른 불편함을 걱정하면서도 진료에는 차질이 없도록 노력하겠다는 입장을 거듭 밝혔지만, 파업으로 인해 시민들의 불편은 피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했습니다.
서울대병원 관계자는 "파업 참여 인원의 규모를 아직 다 파악하지 못했다"면서 "전임 의사들을 보조하던 전공의들이 파업에 들어가면 일손 부족으로 수술이 축소되거나 외래진료 대기시간이 길어질 수 있고, 응급실 운영에도 불편함이 있을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서울아산병원 관계자는 "파업이 장기간 이어지는 것이 아니라 금요일 하루만 진행되기 때문에 업무 공백 우려가 크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는 "아산병원 의사 1500여명 중 전임의를 포함한 전문의가 1000여명이고 전공의는 500명가량 된다"며 "오는 7일 전공의 파업은 나머지 의료진들이 동원돼 공백을 최소화할 수 있을 것"고 덧붙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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